같은 도시 다른 세계를 가진 마닐라 여행(6)

 

 

 

 

 

 

 

 

 

 

'마까빠갈(Macapagal)' 수산시장을 뒤로하고 점차 농도 짙어지는 노을을 따라 '어메이징쇼' 의 드라이브 웨이에 다다랐을 즈음엔 극장외벽의 원색적인  네온사인이 주변의 어둠을 앞도하고 있었다.
길게 굴곡진 드라이브 올라 매표소 앞 마지막 다섯개의 계단에 발을 싣으며 뒤를 돌아보니 드라이브 웨이 옆으로 넓고 긴 계단이 있었고 그아래로 관광버스 서너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직감으로 한국관광객을 태우고 온 버스임을 알아차렸다.

극장안으로 들어서자 공연시작을 기다리는 한국관광객들의 웅성이는 소리가 로비의 천장을 울리고 있었다.

얼마지나지 않아 공연이 시작되었다. 게이 또는 트렌스젠더 쇼의 대표적인 명소인 태국의 '알카자 쇼' 나 '칼립소 쇼'와 견주어 수준과 규모면에서 동급이란 정평이 난  'AMAZING SHOW' 였으므로 여느 관광객과 다름없이 기대와 약간의 설레임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의 화려한 무대연출과 의상, 춤 , 노래 등 공연의 모든 요소들은 관객들의 호응을 얻긴 충분했을지 모르겠지만, 여운을 남길만한 요소나 흥미로운 이야기 거리가 될만한 소재는 되지 않았다.     

 

 

 

 

 

 

 

 

 

 


'어메이징쇼' 극장 앞은 가로등 없는 2차선 도로와 그 앞으로 끝이 겨우 시야가 닿을 듯한 공터가 있었고, 어지럽고 무성하게 자라버린 키높은 잡초
빼곡히 공터의 빈칸을 메꾸어넣고 있었다.


멀리 시야가 닿을 만한 빌딩들의 불빛들이 궤도에서 벗어나버린 듯한 불안함을 잠재워주었고 간혹 지나치는 자동차 헤드라이트 샤워는 지루한 기다림을 달래주는 유일한 위안이 되었다.
몇대의 자동차를 지나쳐 보내며 히치하이킹이라도 하듯 무월광의 도로위에서 손을 흔들어 댄지 10여분만에 하얀색 택시에 몸을 던졌다.
  
택시에 올라타자 짧은 숨가픔을 억누르지도 못한체 택시기사의 우측 얼굴을 향해 호흡사이를 가다듬으며 또박또박 목적지를 읽었다.
"마카티 High Street please"
꽤 먼거리임을 알았기에 당연히 요금 협상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을 뿐아니라 "적어도 350 ~ 400패소 정도는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에 지갑에 손을 밀어 넣고 있었다.

그런데 순박 하지만 다소 과묵한 인상의 택시 기사는 단번에 알아들었는지 얼굴을 살짝 비틀어 끄덕이고 출발하며 '미터기'를 켰다.

마닐라가 아닌 다른 도시였다면 미터기를 켜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여기가 마닐라였기에 아무런 흥정이 없는 것이 오히려 너무나 어색하고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지 쓸데없는 의구심까지 들었다.
백미러로 비춰진 쌍커풀 짙은 택시기사의 눈과 얼굴표정을 읽으려 했지만 어떤 표정도 읽을 수 없었고 오히려 지루함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2차선 도로를 벗어나 대로로 나서면서 가격에 대한 흥정은 고사하고 어떤 대화의 의도조차 없음을 간파한 후 택시 창을 투과되어 보이는 야경에 집중 할 수 잇었다.

 

 

 

 

 

 

 

 

 

 

한 20여분을 달렸을까 여기저기 '크랙' 투성이었던 도로는 사라지고 흠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잘 포장된 도로가 펼쳐지더니 회색 이외 색감을 찾아 볼수 없던 건물들은 점차 잦아들고 색감을 머금고 글라스와 대리석으로 외장된 고층 빌딩들이 속속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250패소를 택시비로 건네고 '포트 보니파시오'의 중심지인 "High Street" 돌아본 그곳에는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없던 거리가 아닌 확연한 구분과 질서가 자리 잡고 있었고, 쓰러져가는 노천식당 대신 커피전문점, 패밀리레스토랑, 스포츠 Bar 등이 정리된 구역에 입점해있었고, 인도 가장자리를 집으로  삼던 거리위의 부랑자들은 그 어느곳에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믿을 만한 정보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이스트리트' 센터에 자리잡은 스타벅스 점원을 통해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손님이 뜸한 틈을 타 커피잔을 받아들며  '말라떼'에서 수없이 마주쳤던 노숙자들이 이 거리에서는 찾아 볼 수 없음에 대해 물어보았다.
오히려 나의 질문이 받가운 듯 친절한 기운을 얼굴전체로 표현하며  "이곳에서는 구걸 행위와 노숙이 금지 되어있어요"라는 대답을 해왔다.
만약 이 남자 파트타이머의 말이 사실이라면, 노숙인이나 구걸인의 '마카티'지역 출입이 법으로 제재되거나 통제된다는 뜻이다.
점원의 말을 곱씹으며, 다시한번 둘러 보았던 거리를 되새김질하며 주위를 살펴보니 과연 노숙자 뿐만이 아니라 '말라떼'에서 너무나 눈에 익었던
초라한 행색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자의건 타의건 거처가 없다면 필리피노라 하더라도 '마카티'지역을 활보 할 수 없다는 얘기가된다.
물론 빈부의 격차가 이곳만의 세삼스러운 스토리가 아닌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도시전체에 걸쳐 발효된 빈민 통제란 무척이나 많은 생각을 들게하는 '팩트' 였다. 

그곳에는 이념이 만들어낸 '철의 장막'이 아닌 '돈'이 만들어낸 보이지 않는 장벽이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하이스트리트'는 계획적이고 친환경적으로 주거지역 그리고 생활편의시설들이 혼재되어 설계된 곳이었다.

'분당'과 비슷한 느낌을 받긴 했지만 상점과 레스토랑들이 아기자기하게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하이스트리트' 분명 다른 경쟁력을 가진 듯 하다.
가장자리에는 오솔길을 연상케하는 살짝 굴곡진 인도가 줄지어 불을 밝히고 있는 상점들과 맞데어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거리의 중앙에는 넓은 잔듸 스퀘어와 현대적인 감각이 느껴지는 조형물들이 이어졌다.


4개의 잔듸 스퀘어를 걸어 막바지에 다다르자 최고급 콘도미니엄인 '세렌드라 피아자 광장'이 이어졌다. 

한껏 불을 밝힐 수 있는 어둠이 화려함에 일조를 했겠지만 이보다 더 격이 느껴지는 곳을 필리핀에서 찾아 보기 힘들 것 같았다.  
스타벅스에 눌러앉아 둥근 노천탁자 위로 치즈 케익과 라떼를 올려놓고 잠시 이틀간 어울릴 수 없었던 쾌적함을 잠시 즐긴 후 '하이스트리트' 시작이자 끝인 '마켓마켓'의 붉은 네온사인을 향해 걸어내려갔다.

 

 

 

 

 

 

 

 


'마켓마켓'은 여느 쇼핑몰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상점들과 소규모 놀이기구 그리고 푸드코트 등이 배치되어있었으므로 대도시 문화혜택에 익숙해 있는 그 누구에게나 딱히 특별할 것이 없었다.
'마켓마켓'의 중심부에는 동물모양 놀이 기구가 장난감차량 처럼 돌아다니는 큰 홀(Hall)이 있었는데 그 반대편 문으로 나서자, 채소 및 먹거리를 보기좋고 먹음직 스럽게 진열된 '피에스타' 재래시장이 연결되었다.

재래시장이라곤 하지만 규격화된 카트와 가판대는 매우 깔끔한 상태였고 DP된 상품들 또한 비위생과는 거리가 멀었을 뿐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상품들이 분류가 잘 되어 가판대 위로 올라와 있었다.

 

 

 

 

 

 

 

 

 


다시 반대편으로 거슬러올라오며 'High street'에서 꽤 유명한 과일음료 카페 'Jamba juice'를 들러 입안 한가득 망고 등 열대과일으로 만들어진 슬러시를 채워넣으며 고급 레스토랑과 Bar 들이 즐비해있다는 'The Fort'거슬러 올라갔다.

 

 

 

 

 

 

 

 

 

 

 


'더 포트'는 네온사인위로 피라미드 모양의 하얀색 네온사인이 빛나는 독체 건물이 첫 대면을 청했다.
엄청난 규모는 아니였지만 심플하면서도 나름 빈티지한 감각이 충만한 그런 건물이었다.
건물의 내부는 소규모 레스토랑과 Bar 들이 수납된 듯 칸칸을 체워넣고 있었는데, 그 중 한두개의 레스토랑은 수 년전 생선요리가 기억에 남아있는 '산토리니' 해변가의 레스토랑이 떠올랐다. 심플&화이트를 강조한 인테리어 디자인이 감각적이었다.

 

 

 

 

 

 

 

 

 

 


여러동의 건물이 붙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건물은 단순히 한,두건물만이 존재한다고 보긴 힘들었다.
1층에는 고급스런 레스토랑과 Bar 들이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었고 좌측으로 돌아가니 'Amber"라는 클럽이 있었다.
시상식이라도 있는 듯 이브닝 드레스를 챠려입은 여성들과 그에 반해 특별히 차려입은 것 같지 않은 남성들의 무리가 긴줄을 만들고 있었다.
주위에는 벤츠,BMW,아우디 등 값비싼 차량들이 속속들이 주차되고 있었다.
'엠버'외에도 클럽으로 보이는 ''PRIVE'라는 곳이 하나 더 있었는데 그 곳에는 몇몇사람이 기웃거릴 뿐 블랙 정장을 착용한 두명의 사내가 외로히
정문을 지키고 있었다.

이곳 클럽에는 슬리퍼나 민소매 셔츠를 착용하고는 출입이 되지않는 나름 드레스코드가 있다고 했다.
어제 밤 '말라떼'에서 경험했던 '소셜리스타'나 '인솜니아'와는 사뭇다른 포스가 느껴지기 까지 했다.
입구를 통제를 뚫고 들어가고 싶었지만 다음날 이른시간에 비행기 시간 때문에라도 잠시의 충동을 참기로 하고 택시를 잡아타고  숙소가 있는 '말라떼'로 돌아왔다.

 '마칸티'지역은 오히려 이국적인 흥미를 찾기엔 서울의 특정지역과 너무나 닮아 있었으므로 그저 커피와 케익을 곁들인 초여름 늦은 저녁 산책에
지나지 않았던 듯 하다.
지난 이틀 대부분을 지내며 어느정도 낮이 익었던 '말라떼'로 돌아오니 다시 거센 환락가의 불빛들이 몰아치고 있었고 깨지고 색을 잃은 회색빛 시멘트가 점령한 세상이 펼쳐졌다.
30분이 채 소요되지 않는 짧은 거리였지만 그들의 시간에는 30년 이상의 장막이 높이 드리워져 있는 듯 했다.
장막을 걷어내고 오래되고 색감잃은 회색 빛이 가득한 과거로 회귀한 늦은 밤 '같은도시 다른 세계를 가진 마닐라 여행'은 막바지에 이르렀다.

 

 

 

 

 

 

 

 

 

 

끔찍한 저가 항공이었지만 낮 비행기는 항상 비포장 구름 도로 위를 달린다는 착각이 들정도로 황홀한 구름 바다가 펼쳐짐으로 좁거나 건조한 약간의 불편함 따윈 오래동안 잊을 수 있다. 

하늘로 떠올라 내려다 보이는 마닐라의 시가지를 다시 한번 내려다 보며 지난 이틀간 같은 도시 다른 세계를 가진 마닐라 여행을 되돌아 보았다.

항상 여행의 이국적인 설레임은 한시적이지만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들이 가진 환경 그리고 이야기 들은 기억속에서 영속성을 두고 이어지는 듯 하다.

이 법칙은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마닐라 여행 또한 변함 없이 적용될 듯 하다.

'인트라무로스' 철창 사이로 비춰진 노숙자 가족과 그 반대편 골프장의 풍경, 클럽 앞 무리지어 새벽까지 '장미'를 팔던 아이들, 무장한 경비원들, KTV 앞 윤락가 여성들, 야타이 레멘의 묵지한 덩치에 여성스런 보이스를 가진 Josh, 바가지 택시와 호객꾼들 그리고 '돈의 장막'으로 가리워진 마카티와 말라떼의 스토리 등등 무엇하나 빼놓을 수 없는 씁쓸하고 슬프고 우스꽝스럽고 매혹적이며 흥미로왔던 표정으로 기억속 지도 위 장식 될 듯 하다.   

 

 

 

 

 

                                                                Posted by Dee

 

 

 

 

 

 

 

 

Posted by wooubi woou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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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도시 다른 세계를 가진 마닐라 여행(5)



 



'말라떼' 중심지 쇼핑몰 '로빈슨플레이스' 

일상 속 여느 아침과 같이 폰 알람이 울리기 5분전에 정신이 들었지만 쉽사리 눈조차 뜰수 없었다.
아직 보드카의 기운이 얼굴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고 부족한 수면 때문인지 유쾌하지 않은 붉은 기운이 눈을 감싸고 있었다.
하지만 버릇처럼 시한폭탄이라도 해제하듯 빠르고도 익숙한 손놀림 으로 알람을 해제하고 얼굴을 찡그리며 왼쪽눈만으로 약간의 시야만 확보한체 꼼꼼하게 창을 가리고 있는 커튼의 빈틈을 본능적으로 찾았다.
손바닥만큼 벌어진 커튼 틈 사이로 어제와 달리 우울한 회색 빛이 탁자위를 거쳐 베이지 색 카펫 위로 물러앉아 있었다.
잠시 였지만 눈을 뜬 상태를 유지하기 힘들어 다시 잠을 청했다. 잠시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이라 생각했는데 시간은 호텔에서 제공하는 조식 식사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약간의 두통과 술기운이 남아있었지만 여행 속 더 이상의 허무한 공백을 남기고 싶지 않아 화장실로 무겁게 눈을 돌렸다.
 정신이 번쩍 들만한 찬물 샤워를 마치고 무거운 습기를 머금고 있는 머리를 채마르기 전에 청바지와 셔츠를 꺼내어 입고 카메라를 우측 어깨 위로 들쳐매면서 룸 가장자리에 놓여진 운동화 쪽으로 발을 떼었다.
운동화 뒷꿈치에 발뒷꿈치를 성급히 얹어 까치발을 세우며 엉거주춤 불편한 걸음을 이어 방을 나섰다.
중지를 발뒷꿈치에 밀어넣으며 발과 운동화의 바른 위치를 찾았으려 애쓸때 엘레베이터의 1층 버튼에 색이 바랜 낡은 붉은 등이 들어왔다.
호텔 현관 밖으로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무언가를 의식할 사이 없이 공허함 가득한 한숨이 떨어져 나왔다.
마치 무척이나 기대하던 약속이 취소라도 된듯한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현관 밖을 나서 건물 처마 아래에 서서 손을 내밀어 보았다.
잔잔히 솟아 올라오는 건조한 먼지냄새가 시작된지 얼마되지 않은 비 임을 암시 하고 있었다.
손가락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의 무게로 강수량이라도 측정해볼려는 요량이었는데, "이정도면 뛰어들만하다!"는 자기세뇌가 급속도로 온몸으로 퍼져 두 다리로 닿았다.
시작은 건너편 건물 처마로 그리고 다음 건물 처마 아래로 그리고 그 다음 그리고 그 다음... 그렇게 징검다리를 건너듯 건물 처마밑을 징검 돌 삼아 '말라떼' 중심가에 자리 잡고 있는 쇼핑몰 '로빈슨플레이스' 를 향해 뛰어갔다.







비가 오고 있었지만 쇼핑몰 앞 일시정차공간에는 지프니와 택시들이 줄지어 도로가장자리를 점령하고 있었고 쇼핑몰 입구에는 중무장한 경비원 들이 쇼핑몰안으로 무분별하게 쏟아져 들어가는 인파들을 정리라도 하듯이 일일이 세워 몸수색을 하곤 안으로 들여보내고 있었다.
 다행히 '로빈슨플레이스'로 오던 길 비가 잦어 들어 흠뻑 젖어버리는 난감한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미끈한 바닥을 디디며 쇼핑몰안으로 발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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눅눅해진 셔츠의 어깨를 집게손가락으로 번갈아 들었다 놓으며 조금의 찝찝함이라도 덜어내려 부질없는 노력을 버릇처럼 반복하면서 반사된 형광등 자욱이 내려 앉은 흠을 찾아볼 수 없는 타일 바닥을 미끌어져 내려갔다.
 마닐라가 자랑하는 아시아 최대의 쇼핑센터'몰 오브 아시아'가 아니었을 뿐아니라 상대적으로 빈곤한 인상이 깊었던 '말라떼' 였으므로 별 기대없이 들어선 '로빈슨플레이스'는 의외로 굉장한 규모와 깔끔하게 꾸려진 옷가게, 전자제품점, 푸드코트, 패밀리레스토랑, 대형식료품점 등등의 다양한 상점 들이 4층으로 나뉘어 겹겹이 입점해 있었다.
상점들 사이로 지나가는 통로의 최대 폭은 어림잡아 100명 이상의 한꺼번에 좌우로 통행한다해도 불필요한 신체접촉이 없을듯했다.
한쪽 입구에서 다른쪽 입구로 나가려면 20 ~ 25분가량 소비되는데 층층이 입점한 상점들을 대충이라도 돌아보려면 족히 2시간은 걸릴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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눅눅해진 어깨사정과는 달리 습기가득한 열대지방 빌딩 숲 처마밑을 건너 건너 한참을 뛰어야 했던터라 목 사정은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좌우로 도열해있는 상점들 사이로 갈림길이 보였고 그 갈림길 통로 중앙에 열대과일 이미지들을 부스 머릿부분에 화려하게 장식한 과일음료부스가 눈에 들어왔다.
살짝 상기된 표정으로 깔끔하게 장식된 세평 남짓되는 듯한 부스안의 여점원에게 망고 주스를 주문하고 계산을 치르며 음료의 '스트롤러'를 입에 물었다.
한참 참아오던 화장실이라도 다녀온 듯 여유로워 졌고 부쩍 느려진 발걸음을 즐기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
몇개의 옷가게를 심심한 눈길만으로 기웃거리고 있었을 때 주상복합아파트 판촉 부스 앞의 스커트 정장 유니폼 차림에 머리를 빈틈없이 쓸어올려 뒤로 묶은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주상복합건물이 화려하게 이미지화 된 판촉 팜플렛과 전단지를 나의 정면을 보며 내밀고 있었다.
좀 얼떨떨했기에 좌우를 돌아본 후 다시 정면의 그녀를 응시하며 검지로 나를 가르키며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Me?"라는 단어를 반사적으로 뱉어냈다.
그녀는 딱히 명쾌한 대답을 하지 않고 환한 미소만을 띄우면서 갸름한 얼굴을 끄덕이고선 판촉 전단지를 쥐고 부끄러워지고 있는 손을 내려보았다.
 나는 얼른 전단지를 받아들고선 큰 관심이라도 가진 듯 전단지를 펼쳐보며 물었다. "이거 어디지어요?" 그녀는 아까 내가 들어왔던 입구방향으로 살짝 몸을 틀어 가르켜 보이며 대답했다."저쪽 말라떼 중심가 쪽에요..."
나는 전단지에서 눈길을 떼면서 장난의 여운을 품은 얼굴로 오른쪽 손으로 전단지를 반으로 조심히 접어 잡으며 말을 이었다. "나 필리핀 사람 아니예요"
전혀 표정의 변화가 없이 여전히 미소 머금은 얼굴로 곧장 말을 이었다. "알아요. 필리피노가 아닌거 누구나 알아볼껄요"
내가 거쳐온 수 많은 여행지들 중 가장 이방인이라는 눈길을 많이 받아왔던 마닐라 여행이었으므로 그녀의 대답은 당연했고 이미 예상이 되었다.
 또한 그녀가 외국인임을 알면서도 굳이 전단지를 건네며 설명을 멈추지 않는 것 또한 투자목적 또는 다른 기타목적으로 외국인들이 마닐라의 부동산을 거래할 것이라는 추측을 어렵지 않게했다.
난 스스로 뭔가를 이해했다는 듯 반즈음 접힌 전단지를 아래로 내려다 보며 얼굴을 끄덕이고 다시 얼굴을 들어 그녀를 보며 "난 아직 여행중이라, 도와드리지 못하겠네요" 라고 말하고 원래가던 길로 몸을 살짝 돌리자 그녀가 표정의 변화없이 미소 그대로 얼굴을 가지고 변함없는 목소리로 "Yeah, Sir" 대답하고, 몇 발자국 옮겨 부스쪽으로 돌아가 사람들이 통행하는 향해 다시 사람들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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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락 점심시간 무렵, 찾아 헤매던 필리핀의 국민 패스트푸드 'Jollibee' 를 찾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롯데리아'정도라면 이해가 빠를 듯 한데 햄버거 뿐아니라 스파케티와 여러가지 요리가 있는 것이 흥미로웠다.
 점원들 머리 위로 나열된 메뉴를 뚫어지 듯 응시하며 '스파게티'와 '훈제 돼지고기'를 허공에 손가락 짚어가며 주문을 마친 후 의자가 고정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물론 어느나라건 패스트 푸드점에서 퀄러티 높은 음식을 기대한다면 욕심이겠지만, 주문한 음식은 통조림에서 방금 꺼내 '해동'한 듯한 실망스런 맛 이라면 적당한 묘사일 듯 하다.
'Jollibee'에서 입맛만 다시고 나와 스쳐가듯 수많은 상점들을 지나치며, 1시간가량 익숙한 브랜드와 'Made in Korea'를 반가워하는 것 외에는 무미건조한 시간만을 보내고 '로빈슨플레이스'의 출구를 찾았아 나섰다.












마닐라 최대규모의 수산시장  '마까빠갈(Macapagal)'과 '야타이 라멘'의 Josh

쇼핑몰을 나왔을때 비는 여기저기 찐하고 연한 음영만을 남기고 회색 빛 여운 속으로 물러나 있었다.
 잔뜩 흐렸지만 간간히 볕이 가늘게 들기도 했다.
다시 귀가 먹먹할 정도로 쏘아대는 경적소리와 목을 체워가는 매연이 천지를 가득체워갔다.
 이른 오후였지만 부실한 점심덕에 예정보다 빨리 해산물 먹어보기 위해 택시를 탔다.
 미리 알아둔 마닐라 최대규모의 해산물 시장인 '마까빠갈(Macapagal)'을 또박또박 발음하자 택시기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출발했다.
 미터를 켜지 않았다는 것을 출발한지 한블럭 정도 지나서야 알게되었고, 조수석과 운전석 사이로 몸을 내밀며 "Meter please!" 짧게 말했다.
택시기사는 살짝 백미러로 힐끔 내 얼굴을 응시하며 선한 미소를 지으며 "너무 멀어, 300패소 주면 갈께요"
미리 지도를 봐두었지만 지도상으로는 거리가 얼마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으므로 공항에서 '말라떼' 사이의 거리보다는 멀것이라는 추측만으로 가격 협상에 흥쾌히 응하고 등받에 기대어 주위 풍경에 몰두했다.
사실 택시기사의 선한 인상이 가격협상 타결에 한몫했다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도착한 수산시장은 예상했던 거리보다 훨씬 못 미쳤고, 미터기를 켰다면 150패소가 체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암산이 수비지않게 나왔다.
황당하긴 했지만 이미 한 약속을 번복하기 싫었을 뿐아니라 더이상 택시비로 왈가불가 하는 것도 귀찮았다.










 택시에서 내리자 50M 가량 끝이 보일 정도의 짧은 골목이 보였고 우측으로는 식당으로 보이는 건물들이 줄지어 있었으며, 좌측으로는 생선과 해산물이 가득한 가판대가 줄지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우측 식당의 호객꾼들이 택시비를 치르기도 전에 내리는 문 쪽에서서 기다리고 있었고 골목쪽으로 몸을 돌리 기가 무섭게 어눌한 한국어 이지만 자신감 넘치는 어투로 말했다. "한국사람 여기 많이와, 맛있어!"
골목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속속들이 나오는 호객꾼들의 호객행위를 더겪을 것이 뻔하기도 했지만 예상했던 어마어마한 규모와 수많은 사람들의 수산시장의 생기는 도저히 찾아 볼 수 없었으므로 분명 잘못 찾아 온 것이라는 강한부정이 머리를 지배했다.
 수산시장 골목을 더 깊이 들어가지 않고 다시 뒷걸음질 쳐 나오며 친구에게 주장이 아닌 확신에 가까운 어조로 "분명 잘못왔을 꺼야!" 말하고 이 모두를 택시기사 탓으로 몰아 세웠다.
택시기사에 대한 소란스런 험담을 쏟아내며 근거리에 현대자동차 영업소 앞 누군가와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경비원 앞으로 다가갔다.
이미 여기가 아님을 확신은 했지만 확인 사살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깡 마르고 외소한 체구의 경비원은 우리가 앞으로 다가오기도전에 한창 재미있어 보이던 친구와의 대화를 멈추고 우리쪽을 응시했다.
 나는 여행책자의 '마까빠갈(Macapagal)' 부분이 있는 페이지를 펼치며 손이 닿을 만한 가까운 거리를 유지한체 인사조차 생략한체 거두절미하고 묻고자 하는 본론만을 택시기사에게 말했듯 또박또박 물었다. "'마.까.빠.갈, 여기 갈려면 멀어요?'
 경비원은 나의 짧은 구어적 물음보다는 내가 펼친 페이지쪽을 응시하였고 그와 이야기 나누던 경비원의 친구 또한 얼굴을 맞데어 책자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경비원과 그의 친구 모두 거의 동시에 우측, 내가 뒷걸음쳐 나왔던 시장을 가르키며 살짝 엉덩이를 의자에서 떼고 눈섭까지 치켜올리며 큰소리로 "저기, 저기" 외쳤다.
 그리고 따갈로어로 세문장정도를 중얼거리듯 쉬지않고 떠들어 댔다.
나는 그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OK Thank you" 짧은 인사를 마치며 다시 골목쪽을 바라보았다.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시장쪽을 다시 바라보니 수산물 레스토랑 구역임을 가르키는 게이트와 그 게이트 좌측 뒷편으로 준비해온 정보에 평이 좋은 해산물 레스토랑 '야타이 라멘(Yatai Ramen)'의 큼직한 간판이 한눈에 들어왔다.
저렇게 큰 간판이 어떻게 시야에서 잡히지 않았었는지 의문이었다.
규모에 실망했건 어찌되었건 여기가 찾아헤메던 '마까빠갈(Macapagal)'시장임에 틀림이 없었으므로 다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두번째 블록 가장 앞쪽에 자리잡은 '야타이 라멘(Yatai Ramen)'의 야외 테라스에 대로가 보이는 적당한 위치의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았다.
 대나무와 얇은 쇠기둥으로 받쳐진 슬라브와 비슷한 재질의 납작한 지붕은 그리 견고해보이지 않았지만 볕을 가리기에 충분했고 곳곳에 나무와 웬만한 탁자 사이즈의 화분에 화초들이 심어져 있었는데 간혹 부는 바람에 흔들리는 초록잎들이 어느정도 청량함을 첨가하였다.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 이마 전체를 지배해버린 노란색 두건과 검정색 피케셔츠와 빨간색 베스트를 매치시킨 배가 나온  남자가 메뉴판을 들고 건물의 유리문을 열고 테라스 테이블 쪽으로 걸어와 테이블 앞에 멈추어서 공손하게 늦은 오후 인사를 했다. "Good afternoon Sir"
 볼록한 배를 포함해 전체적으로 살집이 좀 있었고 여느 필리피노들 처럼 큰 눈에 비교적 작은 코를 가졌으며 왼쪽 가슴에는 'Josh' 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외모만으로는 전형적인 필리핀 아저씨였다. 그러나 Josh가 메뉴판을 열며 본격적으로 메뉴를 설명 할 때 그의 목소리에서 반전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저음이 어울릴듯한 목에서 높은 음과 가는 목소리가 흘러나왔을 뿐아니라 메뉴를 설명하는 제스쳐에도 소극적이고 여성스러움이 느껴졌다.
 신경쓰지 않으려 했지만 태국이나 필리핀과 같은 열대지방에는 게이나 트랜스젠더가 많다는 풍문을 들은 기억이 있었으므로 "혹시?"하는 궁금증에 힐끔힐끔 계속되는 Josh의 목소리와 제스쳐를 관찰하듯 집중했다. 
 Josh는 메뉴판을 열며 간단히 어떤 요리류 그리고  '마까빠갈(Macapagal)'시장과 레스토랑의 연계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기 메뉴판을 보시면. 몇 가지 생선요리와 새우 그리고 '킹크렙'과 '랍스터' 요리가 있어요. 우리 식당에서 준비하고 있는 재료로 요리 해드리는  메뉴도 있지만 수산시장에 직접 가셔서 마음에 드는 재료를 구입해오시면 저희가 요리해드리는 메뉴도 있습니다. 물론 요리값과 물건값은 따로 받구요" Josh의 영어는 유창했고 어투는 격앙됨 없이 안정되어있었다.
'마까빠갈(Macapagal)'의 시스템은 우리나라 포항의 죽도시장 또는 부산 광한리 등지의 회 타운과 비슷한 시스템이었으므로 생소하진 않았지만 '바가지' 쓸것이 좀 걱정되긴했다.
 나는 랍스터와 킹크렙 요리를 애매하게 번갈아 메뉴판에서 검지로 짚어 보이며 물었다. "어느 것이 괜찮을 까요? 아직 결정 못했지만 우린 이중한가지와 새우요리를 먹고 싶네요"
 Josh는 큰 표정의 변화는 없었지만 대화 속에 약간의 난감함이 얼굴에 베어있었다. "킹크렙과 랍스터 모두 괜찮은데...좋은 물건을 고르는 것이 관건이죠. 제가 대신 골라드릴 수 있어요. 킹크렙과 랍스터 중 한가지 종류만 말해주시면 제가 시장에서 구매해서 요리하기전 일단 물건 보여드릴께요"
짧았지만 대화내내 Josh의 진중한 태도와 몇몇 요리에 대한 세심한 설명은 어느정도 "그를 믿고 싶다."는 완벽하진 않지만 어느정도의 신뢰감으로 이어졌다.
 딱히 신선한 랍스터나 킹크랩을 선택할 만한 안목이 없었으므로 오히려 그의 제의가 반가웠다.
 메뉴의 이미지 속 랍스터가 더욱 먹음직 스러보였다. "OK 그럼 신선한 랍스터로 부탁할께요"
 빠르게 의사결정을 알리자 Josh는 살짝 웃으며 얼굴을 끄덕이며 유리문으로 들어가더니 주방이 있을 법한 건물의 뒷쪽 또 다른 문으로 은색 버켓을 지니고 시장쪽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몇분이 흐르고  Josh가 약간 무게가 싣어진 듯한 버켓을 들고 테이블로 돌아왔다.
 '랍스터'를 거꾸로 들어보이며 "킹크랩은 죽어 있는 것도 있고 오늘 물건이 좋은 것이 별로 보이지 않아서 랍스터를 고르신 선택 잘하신것 같아요. 보세요, 랍스터 오늘 물건 좋은것 같아요. 이걸로 요리해드릴까요?"
신선함을 판단한 만한 기준도 관심도 없었지만 분명 살아 있는 랍스터 였고 싱싱해 보이긴했다.
그리고 '랍스터'를 거꾸로 들고 서있는 Josh의 얼굴에는 신뢰할 만한 진지함이 더욱 선명했다. "네. 그걸로 해주세요. 요리는 어느정도 걸리나요?"
 Josh는 우리에게 시선을 떼지않고 곧장 대답했다. "15분에서 20분 정도 걸릴꺼예요"
내가 "OK" 대답하자 Josh는 "Yes Sir" 대답하고 우리가 주문한 랍스터와 새우요리를 다시 확인시켜주고 버켓을 들고 건물안으로 향했다.







Josh가 테이블을 떠나자 나도 테이블을 비우고 요리가 나올동안 수산시장을 잠깐 둘러보기로 했다.
'마까빠갈(Macapagal)'수산시장은 50미터 가량되는 거리에 레스토랑과 수산물 가판대가 네개블록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네번째 블록은 수산물이 아닌 과일가판대가 줄지어 있었다.
 현지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치열하게 수산물을 흥정하는 모습을 상상했지만 시장 안 거의 모든 현지인은 가판대를 지키고 있는 점주와 직원들이었고 손님들은 외국인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가판대 위에는 조개, 새우, 랍스터, 킹크랩 등 종류별로 바구니와 널판지에 정리되어있었다.
우리가 가판대 앞을 지나며 사진기 셔터를 누를 때면 흥정을 요구하는 손짓이 이어졌지만 가판대와 거리를 두고 가까이 가지 않자 더이상 끈질긴 강요는 없었다.
한국의 재래식 수산시장만큼 깔끔하진 않았지만 생소한 생선들과 수산물로 빈틈없이 이어진 시장안은 생기로 가득했다.



 

 

 20분즈음 빠르게 시장을 돌아보고 테이블로 돌아왔을때, Josh가 우리를 기다렸는지 유리문 안쪽 건물에서 테이블을 찾아 착석하는 우리를 보고 주방이 있는 벽쪽으로 잠시 사라졌다가 여점원과 함께 두접시의 요리를 들고 테이블에 놓고았다.
 "맛있게 드세요" 짧게 인사를 마치고 다시 건물안으로 사라졌다.
 랍스터는 랍스터 살과 계란 그리고 몇가지 야채등과 함께 조리되었고 새우는 튀김가루를 감싼체 꼬깔모양으로 꼬리와 꼬리를 기대고 있었다.
 랍스터 요리는 다양한 재료와 랍스터 살의 조합으로 야채와 랍스터 살이 곁들여진 '스크럼블 에그'를 맛보는 듯 했고, 새우는 그 크기만으로 입을 압도 하였으며 입안 전체를 채울만큼 풍부한 새우살이 매력적이었다.
여느 필리핀 요리처럼 짜서 탄산음료를 찾을 수 밖에 없었지만 혹평을 할 정도로 나쁘진 않았다.
묵직해진 몸을 일으켜 '마까빠갈(Macapagal)'시장을 빠져나올 때는 마닐라의 또 다른 세계의 시작을 알리는 어둠이 다시 내려오고 있었다. 
'마까빠갈(Macapagal)'시장 앞은 8차선이 넘는 대로 였을 뿐아니라 별다로 볼만한 흥미거리가 없는 지역 이었지만 일단 산책을 좀 하고 싶어졌으므로 한국 관광객들의 필수 마닐라 관광코스인 '어메이징 쇼(극장)' 를 향해 가늘고 길게 붉은 빛을 거두고 있는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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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도시 다른 세계를 가진 마닐라 여행 - 마닐라(2)



리잘 공원 뒤로 마닐라 시가지가 보인다.

숙소 Pearlgarden 호텔에서 본 아침 풍경


거리 위의 일상으로...


꽤 늦은시간에 잠들긴 했지만 비교적 이른시간에 눈을 뜨고 커튼을 밀어냈다. 어제까지 익숙했던 한기가 서려있는 겨울 햇살 대신 초여름의 온기가 느껴지는 햇살이 따갑게 들어왔다. 눈을 비비적 거리며 손을 가져다 눈위에 붙이며 시야를 확보했다. 높고 낮은 건물들이 빽빽하게 눈에 들어왔고 여느 대도시와 다를바 없는 도시의 소음이 어색하지않게 귀를 자극하고 있었다.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호텔 2층에 준비된 간단한 뷔폐식 조식을 마시듯 급히 먹고 호텔을 나섰다. 권총을 허리춤에 찬 말쑥한 제복차림의 호텔경비가 "Good morning Sir" 인사를 하며 호텔정문을 열어주었다.

호텔,레스토랑, 카지노, 은행, 레스토랑 등
거의 모든 시설에는 제복에 샷건, 권총 등 화기로 무장을 하고 있는 경비원 들이 24시간 경비를 서고 있다.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치안이 좋지 않음을 실감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경비들이 간단한 물음에도 손과 발을 섞어 적극적으로 답을 주려는 노력과 친절한 태도에 친밀감이 들기도 했다. 그들과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없는 여행객이라면 그들이 가진 화기들은 '창' 이라기보다는 '방패'로 간주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지인은 "필리핀 정부 혹은 마닐라 시에서 경비를 고용해야하는 것이 법으로 제정되어 있느냐?"라는 질문에 "그런 법은 없다.
치안이 좋지 않기때문
에 모든 시설에서 고용을 하고 있다.
특히 말라떼 지역은 밤에 좀 조심해야한다."했다. 서스름 없이 밤에 돌아다녔지만 워낙 사람들이 많은 지역이었으므로 특별히
위협은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여행을 마친 후 필리핀 여행객의 납치 사건을 뉴스를 접했을땐 목 뒷편이 서늘하기도 했다.




필리피노들의 길거리위의 일상을 잠시나마 담아보고 싶어 마닐라 베이 반대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호텔 우측으로 걸어나오자 '세븐일레븐'이 보였다. 마닐라여행 인터넷 사전정보조사를 하던 중 "잔돈을 넉넉히 준비하는 것이 좋다!"라는 조언이 떠올라 탄산 음료와 카라멜을 하나씩을 움켜쥐고 계산대 중년으로 보이는 여점원에게 500Php를 내밀었다. 여점원이 살짝 인상을 찌프리며 작은 단위 지폐는 없냐고 물었고 살짝 웃으며 "No"라고 하자 점원 아줌마도 별 실랑이 없이 금새 야릇한 썩소를 날리며 잔돈을 내주었다.
계획했던 인트라무스 도보여행을 시작하기로 했지만 일단 
Julio Nakpil(vermont) 스트리트를 따라 내려가며 좌우로 펼쳐진 끊임없는 주택가 또는 빌딩들과 사람들의 표정 속에 담긴 그들의 거리위의 일상을 마주하기 시작했다.


소박한 아스팔트 2차선 도로는 꽤나 규칙적으로 거미줄 같은 빌딩과 주택가 사이를 연결하고 있었다.
도로 가장자리에 보행자를 위한 보도는 있었지만
작은 노점과 동냥하는 거지들 그리고 자전거인력거 등이 보도를 점령하고 있었으므로 보행자들은 자동차와 뒤엉켜 도로위를 같은방향 또는 반대방향으로 아슬아슬하게 가로지르고 있었다. 근데 신기하게도 사람이 자동차를 피해가는 건지 자동차가 사람을 피해가는건지 판단모호할 정도로 모두가 약속이나 한것처럼 누구도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카오스 속에서 그들의 태연함에 '무질서 속의 질서'의 제대로된 예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랜시간 걸리지 않아 나또한 적응되어 소로건 대로건 따지지 않고 스스럼 
없이 무단횡단 대열에 편승했다. 





 골목길 사이에 늘어선 주택과 건물들의 창과 문에는 어김없이 외부 침입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차가운 철창이 도배되어있었고, 이리저리 '크랙'이 생긴 도로와 보도, 밤과 달리 자극적인 네온사인이 생략된 색감없는 주택과 빌딩들, 거리 위 여기저기에 때묻고 허름한 '민소매 셔츠'만 걸치고 자전거 인력거 위에서 비스듬히 누워 담소를 나누거나 낮잠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보도를 걸치고 줄지어 널부러져 앉아 있는 사람들, 연식이 오랜된 지프니와 트라이시클 들이 뿜어내는 매연 등이 얼키고 설킨 거리의 풍경들은 한때 넉넉하지 못했던 과거, 우리의 여름도시 사이를 걷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방파제 공사중인 마닐라베이

 두시간 가량 특별할 것 없는 그들의 일상을 훔쳐보듯 도로위를 어지럽게 가로지르며 거리의 풍경들을 익히고 마닐라베이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Gen. M. Malvar 와 J. Quintos Jr. 스트리트를 따라 올라 오며 다이아몬드 호텔앞에 다다르니 왕복 6차선 가량의 큰 대로가 눈에 들어왔고 대로 건너편에는 공사용 철재 팬스가 마닐라 베이를 볼 수 있는 시야를 가로막고 있있었다. 다음날 택시기사에게 물어 알 수 있었던 사실인데 아쉽게도 마닐라베이는 매년여름 반복되는 범람을 방지하기 위한 공사중 이라한다. 





정오 '리잘공원'의 여유

필리핀 독립 영웅인 '호세 리잘'을 기리기 위한 리잘 공원과 16세기 스페인 성채도시 '인트라무로스'를 돌아보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탁트인 대로와 고층빌딩들 사이를 20분즈음 걸었을까, 목 깊숙히 까지 차오른 매연 기운이 덜어내는 듯한 녹음 가득한 리잘공원이 시원스럽게 시야를 꽉 채웠다.   

공원 곳곳에 필리핀 국기와 원색적이며 의미심장해 보이는 여러 깃발들 그리고 호세리잘의 처형장소 등 모든 구성요소들이 침략과 지배를 당했던 아픈 역사를 아우르는 일련의 스토리를 말하는 듯 했다.






10만평에 이르는, 규모면에서 어디 내놓아도 남부럽지않은 마닐라 최대의 공원인 이 공원은 필리핀 독립영웅 '호세 리잘'를 기린다는 의미로 리잘공원으로 명명되었다고 한다. 두 해병이 근위병처럼 배치되어 있는 호세 리잘 기념탑을 중심으로 단정하고 깔끔하게 정돈된 야자수들, 역사적인물들의 조각상들이 인상깊었다. 

가볍게 볼 순 없었지만 무거운 History 보다는 볕좋은 정오를 가로지르는 열대지방의 여유로운 일상이 마음에 들었다. 겨울속의 여름 한낮 탁트인 바람과 목을 찌르는 매점 과즙음료로 멋진 산책을 달랠 수 있었음이 즐거움이었고 이곳을 느리게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이날의 마음에 드는 여유였다. 

공원 한켠에는 작게나마 일본식 그리고 유럽식 정원(유료 입장료 300Php)이 있었지만 그닥 흥미를 끌지는 못했다. 열렬히 호객행위를 하는 공원관리인 앞을 마치 들어갈듯 지나치며 높지않은 팬스 사이로 살짝 보이는 내부를 훌터 보며, "No" 단언의 거절의사를 밝히고 리잘공원을 나서며 우측으로 길게 뻗은 산티아고 요새를 향한 긴 성벽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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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도시 다른 세계를 가진 마닐라 여행 - 마닐라(1)



출처 : http://navercast.naver.com



어이없는 친구녀석의 때 아닌 겨울휴가 제의에 공항의 설렘과 몇 년째 누리지 못했던 자유로운 발품 여행이 머리를 지배했다.
2주 남짓남은 출발예정일, 비행기표 구하기에 터무니없이 짧은 기간이었지만 '온라인 투어(Onlinetour.co.kr)'가 공동구매로 내놓은 필리핀 저가항공 'Zestair'의 운좋게 마지막 2좌석을 잡았다. 

 

 

호텔은 그나마 예약하기 쉬웠지만, 차고 넘친다고는 하지만 위치와 가격대비 괜찮은 숙소 딱 찍기는 생각보다는 쉽지 않았다.
우선 여행책자(제목:Just go)와 구글어스(Google earth)의 위성사진을 통해 숙소로서 위치가 괜찮은 곳을 선정하고, 전 세계 호텔 Booking 사이트 'Agoda.com'를 통해 후기와 평이 괜찮은 곳, 마닐라'말라떼' 중심가에 'Pearl garden Hotel'을 결정하고 예약했다.


 

해가 저무는 영종도를 눈에서 떼어내고 간만에 느껴보는 공항이란 장소가 주는 설렘을 만끽하며 출국 수속을 서둘러 끝냈다. 두어 가지 면세품을 꾸려들고 긴 통로를 거쳐 비행기의 뒤편 윈도우 쪽에 자리를 잡았다.
어느 정도 좌석 등받이 조정이 가능했지만 뒷좌석 승객에게 미안할 만큼 공간이 좁았고 잠깐 눈 붙이면 얼굴이 앞으로 떨어질 듯한 등받이 각도는 저가항공에 올랐다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이륙 후 유부초밥, 롤, 소이 Soup 등으로 구성된 간단한 기내식으로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무료함을 잠시 달랠 때 즈음 의외로 4시간 가량의 비행이 생각보단 일찍 끝났다.


겨울에서 여름으로 여행...

입국심사를 마치고 가방을 찾고 여기저기서 ‘따갈로’로 시끌시끌 소란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현지인들 사이로 어수선한 공항 로비를 맞이하니 이제야 마닐라에 도착했음을 실감했다. 재빨리 두텁게 한 꺼풀 감싼 겉옷을 벗어 가방 안으로 투척하고, 다소 초라한 공항 Information desk 를 찾아 마닐라 지도 한 장을 부탁했다.

  


밤늦게 도착했지만 재빨리 마닐라의 첫인상을 서투른 손으로 카메라 셔터를 눌러 담았다.
공항출구를 나서자 바로 택시 승강장 눈앞에 있었지만 인터넷을 통해 눈과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필리핀 택시의 바가지요금에 대한 염려 때문인지 잠시 망설여졌다.
이틀정도 마닐라 여행을 하고 나서야 느낀 사실이지만 현지 체류인 이라면 모를까, 여행이 목적이라면 바가지 택시비는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차라리 속편하다. 노란색 택시와 하얀색 택시가 따로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우선 노란색 택시는 공항 택시로 숙소(말라떼)까지 520Php 로 다소 비싼 가격을 불렀지만 고정가 였고 하얀색 택시는 미터기 측정 요금을 받는다는 답을 얻었다.


숙소가 있는 ‘말라떼’ 까지 위치상 그렇게 멀지 않다는 판단에 미터 택시(하얀색) 라인으로 가서 택시 승강장 안쪽 보도블록에 작은 데스크 앞 남자에게 ‘말라떼’에 위치한 숙소를 알려주었다. 그러자 ‘AIRPORT METERED TAXI SERVICE DISPATCH SLIP'이란 작은 종이를 건네주었다.
택시에 타고 받은 작은 종이를 펼쳐보니 작성일, 승객성명, 택시번호, 미터당 가격 등이 기재되어 있었고 가장 아래쪽에 일련번호가 찍혀있었다.
추측컨대 미터기를 무시한 바가지요금이 빈번히 발생하다보니 나름 대안 책으로 필리핀 정부 또는 마닐라 시 에서 작은 조치를 취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Meter please"를 꼭 외쳐야 한다는 인터넷에서 본 수많은 여행자들의 조언이 머리를 짓누르고 있었지만, 의외의 믿음직한 조치에 살짝 안도의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나 다음날부터 경험한 시내 택시들의 바가지요금으로 공항의 인상은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다.


공항을 벗어나 시내로 들어서자 필리핀의 대중교통의 상징인 ‘지프니’가 줄지어 거리를 달리고 있었다.
밤늦은 시간 어수선하고 다소 질서가 어지러운 거리위에서 피곤한 듯 무표정하게 걷거나 지프니에 올라타기 위해 기다리는 필리피노들, 거리 곳곳에 늘어선 야자수들, 색채감을 잃어버린 듯한 낡은 건물들 등 그들에겐 그저 일상적이지만 이방인에겐 좀처럼 적응되지 않는 이색적인 밤 풍경들이 숙소(말라떼)로 가는 동안 경험하지 못한 눈을 자극했다.





‘말라떼’ 지역으로 다다르자 높은 건물들과 늦은 밤이지만 성행하는 바와 KTV, 식당 등에서 내뿜는 네온사인들과 아직 시끌시끌한 관광객과 필리피노들의 대화는 대낮과 다름없는 밤을 만들고 있었다.
택시비는 팁포합 300Php 지불하고, Check-in을 서둘러마치고선 12시가 다된 시간이었지만 호텔주변을 둘러보고 싶어 서둘러 호텔을 나섰다.
주변을 거닐다 허름한 노천 꼬치요리 식당의 보도블럭 가장자리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산미구엘(25Php)’과 꼬치(6~8Pieces 150Php)를 넉넉히 주문했다.
준비해온 여행책자에 나온 ‘Cowboy grill’, ‘클럽 Insomnia’,‘클럽 Socialista’ 등이 자리잡은 식당과 2차선 도로를 경계로 자리잡고 있는 초라하지만 정신없는 분위기에 휩싸이기에 좋은 노천 식당이었다.
규모나 시설면에서 홍대와는 비교할 바는 아니었지만 거리를 울리는 쩌렁쩌렁한 음악소리와 클럽앞 사람들의 소란스런 대화들이 클럽거리 다운 엊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해내고 있었다.
짤막한 산미구엘의 시원한 매력을 느끼며 잠시 주위에 땅콩 등 견과류를 카트에 싣고 다니는 잡상인과 장미를 파는 아이들 그리고 10살미만으로 보이는 구걸하는 아이들 등 어지럽게 널린 여러 가지 환경과 사람들이 궁금증과 동정심 그리고 흥미로움을 한꺼번에 자아냈다.
두어시간정도 맥주를 기울이다 보니 정신없이 보낸 오늘 하루의 피로가 몰려왔다. 다음날 말라떼 주요지역을 도보여행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새벽 2시가 다되어 숙소로 돌아왔다. 
에어컨 스위치를 올리고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선 정신없었던 하루와 여기가 어디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사이 침묵이 찾아왔다. 




Posted by wooubi woou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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