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도시 다른 세계를 가진 마닐라 여행(4)
 











잠든 '레메디어스서클'과 농도짙어 가는 주말밤 채색

노천 카페를 뒤로 하고 '레메디어스서클' 근처를 다다랐을때는 이미 10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눅눅한 어둠을 배경으로 Bar와 카페들이 뿜어내는 화려한 채색과 음악 그리고 다양한 인종의 행렬이 골목과 골목을 메꾸어 넣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이 거리의 이정표가 되었던 '레메디어스서클'에는 노숙자들의 깊은 숨소리로 무거운 밤이 내려앉아 있었다.
 "마닐라에 왔다면 라이브 카페를 꼭 즐겨보라!"는 인터넷 풍문이 떠올라 여행책자를 뒤적여 평이 좋은"카우보이 그릴"으로 향해 걷기시작했다. Bar, KTV, 카페 등 유흥업소 입구에는 어김없이 호객행위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고 잠시라도 호객꾼 쪽으로 눈길을 돌리라치면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억지스럽게 눈빛을 마주치고선 익숙하지 않은 '따갈로'억양 썩인 영어로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곤 했다.
한마디 이상 응답을 했다간 성가신 대가를 치러야 할 듯 했기에 딱딱한 외마디 비명처럼 "No"를 반복하며 무안함을 안겨주었다.
이거리를 고작 두번째 발걸음이었으므로 눈에 익어버린 클럽과 Bar들이 눈에 속속 등장했고, 굳이 주위를 심도깊게 관찰하며 목적지를 찾지않았지만 목적지인 '카우보이그릴'이 한블록 왼쪽 저편에 보였다.
 





카우보이그릴







'카우보이그릴'에는 이미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사람들이 콩나물 시루처럼 빼곡히 밖혀있었고 라이브공연이 한창이었다.
 웨이터가 문앞으로 급히 다가서며 부담스런 환대로 우리를 맞았지만 무대가 잘보이는 자리를 찾기위해 까치발세워 두리번 거리느라 대충 인사를 받았다.
 "몇명이죠?" 웨이터는 음악소리에 자신의 목소리가 파묻히랴 의식이나 한듯 몸을 최대한 바싹 붙여 목에 살짝 핏대가 설듯한 크기의 소리로 물었다.
웨이터가 말을 걸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두리번 대던 친구녀석이 미간을 찌프리며 얼굴을 입구밖쪽으로 두어번 빠르게 돌렸다 놓으며 나가자는 신호를 보내왔다.
그제서야 나는 얼굴을 돌려 "Sorry"만을 남기고 더이상의 빈자리 독촉을 피하듯이 Bar로 들어오는 백인남자와 순번을 교체하듯 살짝 어깨 작은 터치며 빠져나왔다.
아쉬웠지만 '레메디어스'로 접어들기전 수많은 라이브카페를 스캔해둔 터라 선택의 기회는 넉넉하리라 판단하고 다시 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며 사람들이 이제 막 몰려들어가기 시작하는 작은 라이브 카페로 들어섰다.
'카우보이그릴'와 비교하자면 규모면에서 초라했지만 소규모 밴드가 공연하기 충분히 자유로운 무대와 퍼포먼스를 놓치지 않을만한 위치에 테이블 차지할 수 있었던 그 두가지만으로 충분했다.












만족스러운 테이블 위치를 확인하고 의자를 밀쳐내고 있었을때 다부진 체격의 웨이터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친근한 태도로 오른손을 들어 하이파이브를 청해왔다. 
망설임 없이 그의 자신감에 질세라 오른손 손바닥을 몸쪽으로 끌어당기며 엄지와 검지사이로 네손가락을 밀어넣어 팔씨름 포메이션을 만들어 손을 움켜잡고 오른쪽 어깨를 상대방의 오른쪽 어깨에 살짝 부딪히며 왼손으로 가볍게 등을 치고는 식의 웨스턴 싸나이들의 인사를 나누었다.
웨이터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잠시 테이블 가장자리에 서 있다가 무릎을 쭈그려 가슴팍을 테이블 가장자리에 밀착시키며 메뉴를 건네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이었지만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흥을 돋우는 클럽음악과 공연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악기들의 튜닝소리로 귀가 얼얼해왔다.
소음 따윈 의식하지 않는듯 웨이터는 최대한 몸을 탁자에 붙여 나의 왼쪽 귀를 향해  "산미구엘?" 짧고 강하게 당연히 맥주 주문을 할 것이라는 뉘앙스로 주문을 유도했다.











살짝 취해보고 싶기도 했지만 진부해져버린 '산미구엘'은 더이상 이국적인 특별함이 없었으므로 웨이터 쪽으로 눈을 돌리지않고 빳빳히 코팅된 메뉴를 부자연스럽게 넘기다, "보드카?" 물음도 대답도 아닌 어투로 웨이터에게 말을 건네자 웨이터는 살짝 희열이 넘치는 눈으로 다시 엄지손가락을 치케세우며 다시 하이파이브를 요구해왔다.
이후 두마디 이상 대화를 끝내면 하이파이브 해야했다. 몇번이고 흥쾌히 손을 내밀어 손이 얼얼해질정도로 반복했다.
마치 서로의 뇌리에 "나는 쿨해!"를 각인시키는 듯한 과시효과에 가까웠다.  
짧게 손바닥을 마주치고는 "한병은 너무 많으니 반병은 되나요?"라고 묻자 웨이터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물론이죠"라는 말을 남기고 Bar 쪽으로 몸을 돌려 인파속으로 사라졌다.
여성 보컬 두명과 한명의 남성 보컬 그리고 기타,베이스.드럼 등으로 구성된 혼성 밴드가 무대로 올라와 유창한 영어로 밴드의 소개를 마치고 한시간 가량의 공연을 이어갔다.
어느 정도 흥이 오르자 밴드의 여성멤버가 관객들 하나 둘 손을 끌어 무대로 유도하기 시작했고 무대로 진출한 관객들은 어색한 몸놀림은 잠시 누구도 의식하지 않는듯 춤의 무아지경에 빠져들기시작했다.
 노래, 퍼포먼스, 연주 모든 면에서 이렇게 작은 공간에서 공연하기엔 아까울 정도였다.
다양한 장르의 준비된 공연, 신청곡 퍼레이드, 생일 축하공연 등 약 1시간가량의 에너지 넘치는 공연이 끝나자 공연전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던 클럽댄스음악이 힘없이 흘러나왔다.
갑자기 흐물흐물 흐리멍텅해진 분위기를 견딜 수 없었는지 대부분의 관객들이 마시던 병맥주에 입을 떼고는 일어서 주섬주섬 소지품을 챙겼다.
나는 좀더 앉아 있으려 했지만 강한 환각제를 맞은듯한 고막에 허술한 인공음에 힘이 빠져버리는 듯 했고 더욱이 인파마져 빠져 나가니 모두 퇴근한 사무실에 야근하기 위해 혼자 남아버린 끔찍한 기분이 들었다.
보드카를 몇 목음 남겨두고 웨이터와 마지막 하이파이브를 교환하며 거리로 나섰다.











클럽 골목의 장미 꽃 파는 거리의 아이들


시간은 자정으로 차오르고 있었지만 거리는 라이브카페로 들어가기 전보다 더욱 채색이 짙어지고  화려해지고 있었다.
다시 깊이 잠든 '레메디오스서클"을 우측으로 절정에 다다른 주말밤의 클럽골목으로 향했다.
목을 뜨겁게 달구던 '보드카'의 기운이 입가와 얼굴을 붉긋붉긋한 강한 여운을 남기고 있었다.
클럽골목이라 명명하도록 키워드를 제공한 유명한 클럽"인솜니아"와 "소셜리스타" 앞을 지나칠때 였다.
떨어질듯한 슬리퍼와 덕지덕지 색이바랜 셔츠, 기름때에 쩔어버린듯한 반바지 그리고 그 밑으로 까맣게 물들어버린 무릎관절의 전면부를 꺼리낌없이 드러내고 있는 여자아이들 한 무리가 한손에 장미 한송이씩을 들고 "한송이만 사줘요" 번갈아가며 조르듯 외치며 우리의 주변을 맴돌았다.
 이 아이들 중 어느한 아이의 장미만이라도 구입한다면 다른 아이들이 떼를 쓰며 성난 개미떼처럼 달려들것이 뻔했기에 페이소스를 자아내는 아이들의 눈을 보지 않으려 부단히 애쓰며 어제 들렸던 노천카페에 자리를 잡고 보드카의 기운을 달래줄 음료를 주문했다.
 장미를 구걸하듯 팔던 아이들은 쉴세없이 우리의 뒤를 따르다 일부는 관광객이라 치부되는 백인이나 흑인들에게 흩어졌고 또 몇몇은 카페 점원에게 점근금지령을 받은듯 더이상 구걸을 하지 못하고 카페 주위를 맴돌고만 있었다.
 잠시 음료를 마시며 앞주머니를 두툼하게 체워놓던 아이폰을 버릇처럼 탁자위에 내려놓고 간헐적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즐기며 친구와의 이야기에 열중 하고 있었다. 
테이블을 담당하던 점원과 이야기를 나누던 깔끔한 힙합복장을한 20대로 보이는 세명의 사내들이 탁자를 가르키며 짧은 단어들을 조합하여 어렵사리 한문장을 만들어"No good " 속삭이듯 지적하며, 주머니로 넣으라는 수신호를 보내왔다.
아이폰을 재빨리 앞 주머니로 가져가며 얼굴을 들어 그들이 서있는 방향으로 돌리며 "여기 소매치기 많아요?" 물었다.
 세 사내는 서로 멀뚱멀뚱 번갈아 보며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셋 중 가운데 힙합모자를 쓴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Yes" 라고 짧게 대답하고 옆에 테이블 근처에 있던 여점원과 '따갈로어'대화를 이어갔다.
잠시 무료하던 차에 이들과 잠시 말동무도 괜찮을 듯해서 다시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우리를 신기해 하면서 어려워하는 눈치가 보였다. 그러나 게의치 않고 다시 말을 꺼냈다.
"저기 클럽가는 길이예요?" 셋은 다시 말걸어올지 예상못했다는 듯 흠칫 놀라긴 했지만 가운데 힙합모자 사내가 모자를 비스듬히 걸쳐진 모자 챙을 살짝 잡았다 떼면서 "네 인솜니아 로 ... 갈꺼예요" 대답을 하고는 뻘쭘했던지 표정이 이내 조금 진지해졌다.
다시 친구들쪽으로 돌아설 틈을 주지않고 좀 긴대답을 요하는 질문을 던졌다.
"같은 구역의 두 클럽 '인솜니아'와 '소셜리스타'의 차이가 있어요?"
그러자 힙합모자 사내는 답은 알고 있지만 단어를 조합하는 중인지 몇초간의 공백을 두고서 단어 하나하나를 조합하며 "인솜니아는 300 Php 입장료를 내야 출입이 가능하고 소셜리스타는 입장료는 공짜예요" 대답을 마치고선 친구들 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나는 덩달아 웃으며 "반가웠어요" 인사를 남기며 악수를 주고 받은 후 음식값을 탁자에 내려다 놓고 일어섰다. 
마닐라 클럽을 경험해봄도 좋을 듯 해서 계획에는 없었지만 잠시 들러보기로 하고 클럽이 위치한 골목이 시작되는 방향을 바라보며 잠시 걸었다. 






소셜리스타








두 클럽이 나란히 있었지만 '인솜니아'쪽의 외형이 '소셜리스타'보다는 화려하기도 했고 눈에 두드러지게 사람들의 진입이 줄지어 이어지고 있었다.
입장료 300패소를 지불하니 덩치 큰 두사내가 동그란 야광 스템프를 안쪽팔목에 찍어주었다.
바닥의 미세한 진동을 만들어내는 음악의 진원지를 따라 안쪽 문을 열고 들어갔다.
우측으로는 작은 Bar가 있었고 좌측으로는 넓지않은 공간에 8개 내지 10개의 만석인 테이블이 메우고 있었다.
좌측 Bar에는 한껏 차려입은 필리핀 여성들이 Bar에 따닥따닥 붙어 무표정하게 앉아 맥주를 앞에 두었을 뿐 스테이지나 입구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스테이지' 는 소박하다 느낄만큼 작았고 크게 볼품이 없었다. 셔플댄스가 어울릴법한 트랜디한 클럽음악에 많은 사람들이 스테이지를 메우고 있었다.
입구에서 받은 무료 맥주 쿠폰을 가져다 Bar로 향하기 위해 빽빽한 인파속 틈을 만들어 비집고 들어가 맥주를 받아들고선 잠시 Bar에 기대서서 맥주병에 입을 가져갔다. 
기대보다 아담한 규모에 실망했을 뿐아니라 몸치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임으로 음악에 몸을 싣는 것에도 흥미가 좀처럼 돋지않았다.
잠시 머리를 흔들어대는 음악에 정신을 맏긴채 Bar 를 등지고 기대어 두리번 두리번 클럽의 분위기와 사람들의 표정들을 눈으로 익힌 후 인솜니아를 나와 클럽앞쪽 계단에 앉아 친구와 장미 꽃 파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그들에 대한 이러쿵저러쿵 씁쓸한 추측을 쏟아내고 있었다.
장미 꽃 파는 아이들은 우리를 발견하고는 결점없이 하얀색 타일로 덮여진 클럽계단을 마치 넘어오면 술래라도되는 놀이의 경계선인양 넘어오지 못했다.
계단을 올라오면 클럽 앞을 지키던 덩치큰 사내들에게 혼날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장난스러우면서 간절한 어투로 꽃을 내밀며 "하나만 팔아줘요" 번갈아대며 소리쳤다.
 한참 아이들의 모습과 거리가 뿜어내는 활기차면서 쓸쓸한 분위기를 느끼다 새벽 2시를 향해 흘러가는 시계속의 아라비아 숫자를 응시했다.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계단을 내려와 호텔 쪽으로 걷기시작할 때였다.
꽃을 팔던 한 여자아이가 견딜 수 없을 만큼 측은함을 이끌어내는 눈빛을 하고 나의 앞을 가로 막았다.
그 아이의 눈을 잠시 바라보다가 허리를 굽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며 "난 꽃이 필요없어 하지만 이 꽃은 받았다 치고 꽃값은 치를테니 돌아가서 절대 다른 아이들에게 말하지 말아! 알았지?" 아이가 알아들었는지는 모르지만 고객를 끄덕이고 있었다. 지폐를 꺼내어 쥐어주자 아이는 그제서야 방긋 웃으며 지폐를 받아들고 도망치듯 아이들 무리로 돌아갔다.
다시 호텔로 돌아가는 길을 제촉하기 시작했을때 한무리의 아이들이 우리쪽으로 "내 것도 팔아줘요!" 시위를 하는듯 달려왔다.
당황하긴 했지만 빠르게 걸어 골목을 빠져 나오며 아이들을 향해 "Bye" 단어를 크게 내뱉으며 손을 흔들었다.
 아이들은 추격을 멈추고 바로 돌아서 자신들이 속한 골목으로 장난스럽게 뛰어갔다.
돈을 쥐어준 아이에게 배신감이 들긴했지만 다시 한번 그상황이 돌아와 그아이의 눈을 바라봤다면, 아마 다시 지폐를 꺼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맥주와 보드카의 기운에 감당하기 버거운 눈꺼풀을 이끌고 더욱 집요하게 호객행위를 하는 KTV 호객꾼들의 물리치며 더욱 원색적으로 채색의 농도가 짙어진 골목길을 해쳐 숙소로 돌아갔다. 









                                                                                               Posted by Dee









Posted by wooubi wooubi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안젤라 2012.04.21 03:1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어머.. 사진 속의 저 남자 맘에들어..ㅋ

  2. 안젤라 2012.04.21 03:1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어머.. 사진 속의 저 남자 맘에들어..ㅋ




같은 도시 다른 세계를 가진 마닐라 여행 - 마닐라(2)



리잘 공원 뒤로 마닐라 시가지가 보인다.

숙소 Pearlgarden 호텔에서 본 아침 풍경


거리 위의 일상으로...


꽤 늦은시간에 잠들긴 했지만 비교적 이른시간에 눈을 뜨고 커튼을 밀어냈다. 어제까지 익숙했던 한기가 서려있는 겨울 햇살 대신 초여름의 온기가 느껴지는 햇살이 따갑게 들어왔다. 눈을 비비적 거리며 손을 가져다 눈위에 붙이며 시야를 확보했다. 높고 낮은 건물들이 빽빽하게 눈에 들어왔고 여느 대도시와 다를바 없는 도시의 소음이 어색하지않게 귀를 자극하고 있었다.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호텔 2층에 준비된 간단한 뷔폐식 조식을 마시듯 급히 먹고 호텔을 나섰다. 권총을 허리춤에 찬 말쑥한 제복차림의 호텔경비가 "Good morning Sir" 인사를 하며 호텔정문을 열어주었다.

호텔,레스토랑, 카지노, 은행, 레스토랑 등
거의 모든 시설에는 제복에 샷건, 권총 등 화기로 무장을 하고 있는 경비원 들이 24시간 경비를 서고 있다.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치안이 좋지 않음을 실감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경비들이 간단한 물음에도 손과 발을 섞어 적극적으로 답을 주려는 노력과 친절한 태도에 친밀감이 들기도 했다. 그들과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없는 여행객이라면 그들이 가진 화기들은 '창' 이라기보다는 '방패'로 간주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지인은 "필리핀 정부 혹은 마닐라 시에서 경비를 고용해야하는 것이 법으로 제정되어 있느냐?"라는 질문에 "그런 법은 없다.
치안이 좋지 않기때문
에 모든 시설에서 고용을 하고 있다.
특히 말라떼 지역은 밤에 좀 조심해야한다."했다. 서스름 없이 밤에 돌아다녔지만 워낙 사람들이 많은 지역이었으므로 특별히
위협은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여행을 마친 후 필리핀 여행객의 납치 사건을 뉴스를 접했을땐 목 뒷편이 서늘하기도 했다.




필리피노들의 길거리위의 일상을 잠시나마 담아보고 싶어 마닐라 베이 반대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호텔 우측으로 걸어나오자 '세븐일레븐'이 보였다. 마닐라여행 인터넷 사전정보조사를 하던 중 "잔돈을 넉넉히 준비하는 것이 좋다!"라는 조언이 떠올라 탄산 음료와 카라멜을 하나씩을 움켜쥐고 계산대 중년으로 보이는 여점원에게 500Php를 내밀었다. 여점원이 살짝 인상을 찌프리며 작은 단위 지폐는 없냐고 물었고 살짝 웃으며 "No"라고 하자 점원 아줌마도 별 실랑이 없이 금새 야릇한 썩소를 날리며 잔돈을 내주었다.
계획했던 인트라무스 도보여행을 시작하기로 했지만 일단 
Julio Nakpil(vermont) 스트리트를 따라 내려가며 좌우로 펼쳐진 끊임없는 주택가 또는 빌딩들과 사람들의 표정 속에 담긴 그들의 거리위의 일상을 마주하기 시작했다.


소박한 아스팔트 2차선 도로는 꽤나 규칙적으로 거미줄 같은 빌딩과 주택가 사이를 연결하고 있었다.
도로 가장자리에 보행자를 위한 보도는 있었지만
작은 노점과 동냥하는 거지들 그리고 자전거인력거 등이 보도를 점령하고 있었으므로 보행자들은 자동차와 뒤엉켜 도로위를 같은방향 또는 반대방향으로 아슬아슬하게 가로지르고 있었다. 근데 신기하게도 사람이 자동차를 피해가는 건지 자동차가 사람을 피해가는건지 판단모호할 정도로 모두가 약속이나 한것처럼 누구도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카오스 속에서 그들의 태연함에 '무질서 속의 질서'의 제대로된 예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랜시간 걸리지 않아 나또한 적응되어 소로건 대로건 따지지 않고 스스럼 
없이 무단횡단 대열에 편승했다. 





 골목길 사이에 늘어선 주택과 건물들의 창과 문에는 어김없이 외부 침입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차가운 철창이 도배되어있었고, 이리저리 '크랙'이 생긴 도로와 보도, 밤과 달리 자극적인 네온사인이 생략된 색감없는 주택과 빌딩들, 거리 위 여기저기에 때묻고 허름한 '민소매 셔츠'만 걸치고 자전거 인력거 위에서 비스듬히 누워 담소를 나누거나 낮잠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보도를 걸치고 줄지어 널부러져 앉아 있는 사람들, 연식이 오랜된 지프니와 트라이시클 들이 뿜어내는 매연 등이 얼키고 설킨 거리의 풍경들은 한때 넉넉하지 못했던 과거, 우리의 여름도시 사이를 걷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방파제 공사중인 마닐라베이

 두시간 가량 특별할 것 없는 그들의 일상을 훔쳐보듯 도로위를 어지럽게 가로지르며 거리의 풍경들을 익히고 마닐라베이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Gen. M. Malvar 와 J. Quintos Jr. 스트리트를 따라 올라 오며 다이아몬드 호텔앞에 다다르니 왕복 6차선 가량의 큰 대로가 눈에 들어왔고 대로 건너편에는 공사용 철재 팬스가 마닐라 베이를 볼 수 있는 시야를 가로막고 있있었다. 다음날 택시기사에게 물어 알 수 있었던 사실인데 아쉽게도 마닐라베이는 매년여름 반복되는 범람을 방지하기 위한 공사중 이라한다. 





정오 '리잘공원'의 여유

필리핀 독립 영웅인 '호세 리잘'을 기리기 위한 리잘 공원과 16세기 스페인 성채도시 '인트라무로스'를 돌아보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탁트인 대로와 고층빌딩들 사이를 20분즈음 걸었을까, 목 깊숙히 까지 차오른 매연 기운이 덜어내는 듯한 녹음 가득한 리잘공원이 시원스럽게 시야를 꽉 채웠다.   

공원 곳곳에 필리핀 국기와 원색적이며 의미심장해 보이는 여러 깃발들 그리고 호세리잘의 처형장소 등 모든 구성요소들이 침략과 지배를 당했던 아픈 역사를 아우르는 일련의 스토리를 말하는 듯 했다.






10만평에 이르는, 규모면에서 어디 내놓아도 남부럽지않은 마닐라 최대의 공원인 이 공원은 필리핀 독립영웅 '호세 리잘'를 기린다는 의미로 리잘공원으로 명명되었다고 한다. 두 해병이 근위병처럼 배치되어 있는 호세 리잘 기념탑을 중심으로 단정하고 깔끔하게 정돈된 야자수들, 역사적인물들의 조각상들이 인상깊었다. 

가볍게 볼 순 없었지만 무거운 History 보다는 볕좋은 정오를 가로지르는 열대지방의 여유로운 일상이 마음에 들었다. 겨울속의 여름 한낮 탁트인 바람과 목을 찌르는 매점 과즙음료로 멋진 산책을 달랠 수 있었음이 즐거움이었고 이곳을 느리게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이날의 마음에 드는 여유였다. 

공원 한켠에는 작게나마 일본식 그리고 유럽식 정원(유료 입장료 300Php)이 있었지만 그닥 흥미를 끌지는 못했다. 열렬히 호객행위를 하는 공원관리인 앞을 마치 들어갈듯 지나치며 높지않은 팬스 사이로 살짝 보이는 내부를 훌터 보며, "No" 단언의 거절의사를 밝히고 리잘공원을 나서며 우측으로 길게 뻗은 산티아고 요새를 향한 긴 성벽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Posted by DEE




Posted by wooubi wooubi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