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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품은 봄바다 산책(1) - 광한리

도시를 품은 봄바다 산책(1) - 광한리

 

 

 

 

 

 

 

 

 

 

 

 

  "형 저 다다음주 토요일에 결혼해요"

2주전 나이 터울이 얼마나지 않는 친 동생과 같은 친구놈이 자신의 결혼소식을 알려왔다.

 격한 축하 메세지를 수화기를 통해 전하고 E-청첩장을 스마트폰 메모리 한켠에 저장하며 펼쳐보았다.

부산으로 초대였다.

 

 

 

 

 

 

 

 

 

 

 

 

"봄 바다. 부산이라... 음... 언제가 마지막이었지? 훗코오카 행 '뉴비틀'에 승선하기 위해 두어번 매번 이맘때 봄에 들렀지 아마"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KTX 종착역인 부산역을 맞이 하고 있었다.

2시 예식이었지만 2년전 야경이 인상적이었던 광한리해수욕장을 다시 찾아보기 위해 11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에 부산역에 도착했다.

플랫폼에 올라서자 비릿한 바다향이 가득했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대합실 한켠으로 다다르자 저멀리 뼈만 앙상한 철골 구조물들이 항만 공사가 한창임을 암시하고 있었다.

부산역 광장으로 내려서 뒤를 돌아보자, 압도적이고 세련된 부산역사가 전면을 드러내고 있었다.

 

 

 

 

 

 

 

 

 

 

 

 

 

 

 

광한리행 지하철을 타기 위해 부산역광장을 가로질러 걷기시작하면서, 웬지 지하철에 대한 이유있는 반감이 들기 시작했다.

반감의 이유란, '봄' 이었고 또한 눈부시도록 화창한 날씨였다.

마치 지하벙커에서 야근을 하면서 이 화창한 봄날을 날려 버려야한다는 억울한 상상에 잠겨 아이폰을 꺼내어 부산 시내버스 노선을 조회하며 광장의 커다란 원형 조형물을 지나고 있을 때 였다.

광장 우측 한켠에 'BUSAN CITY TOUR BUS'라고 표기된 막대모양의 조형물과 버스승강장이 눈에 들어왔고 망설임의 여지 없이 버스 승강장으로 이끌려 갔다.

승강장은 앞 뒤로 '해운대 코스'와 '태종대 코스' 로 나뉘어져 있었고 승강장 앞 도로에는 2층 버스가 나란히 대기하고 있었다.

 "기사님 얼마예요?"

가격은 형식적으로 물어 볼 뿐 무조건 시티투어버스를 타야겠다는 충동적인 결심은 이미 승강장에 다다를때 내려져있었다.

"만원인데요... 혹시 KTX 타고 오셨어요? 그럼 할인혜택이 있어서 8천원만 주시면되요. 몇명이요?"

나는 아이폰에 담겨진 KTX 티켓 이미지를 보여주고 8천원을 건네며 "혼자 입니다." 적당히 친절한 어투로 한마디를 던지며 버스 티켓과 노선 그리고 간단한 안내가 담겨진 팜플릿을 받아 버스 이층 제일 앞자리에 앉았다.

10분정도 앉아서 책자를 이리저리 뒤적이며 노선과 결혼식 시간을 계산하고 있을 때 즈음 얼추 2층의 대부분 자리는 중국과 일본인 관광객들로 자리가 메워졌고 10분정도 더 지나자 버스는 출발했다.

아직 칼바람이 살아 있는 쌀쌀한 봄 날씨였지만 시내를 달리는 버스의 옥상을 점령하기란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었으므로 개방된 2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좁은 길을 곡예운전을 하던 런던의 2층버스와는 또 다른 매력이 느껴졌다.

 

 

 

 

 

 

 

  

 

 

 

 

 

 

 

광한리 해수욕장 승강장에 내려서자 차가웠던 바람은 여전했지만 볕은 더욱 그 열기를 더해갔다.

해안가로 구부러진 모래사장과 저멀리 바다위를 가로지르는 '광한대교'가 시야를 장악했다.

움푹, 갈색구두를 움켜 잡는 모래를 꼭꼭 밟아 밀어내며, 파도가 침범했다 그 범위를 다시 내어줌을 반복하는 바다와 육지의 경계까지 다가가 회타운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토요일 오전이었지만 쌀쌀한 날씨 탓인지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으므로 매번 같은 듯 새로운 음을 들려주는 파도소리를 음미하며 산책하기 그만이었다.

모래사장위로 춤추는 파도의 거품에 닿을듯 말듯, 놀이를 하듯 비틀비틀 걸어 어느덧 회 타운 빌딩이 빼곡히 들어선 백사장 가장자리 도로 앞 하얀색 대리석 계단에 다다랐다.

계단의 가장 상단에 털석 주저앉아 바다위를 가로지르는 광한대교를 중심으로 촛점을 두고 바다 쪽을 응시했다.

 봄 바다, 바람 그리고 여과없이 몰려드는 햇살으로 눈을 제대로 뜨기 조차 힘들었지만 불쾌함이란 티끌 만큼도 섞여있지 않았다.

좌측 건물에 가려 지지대 없이 공중에서 부양하고 있는 듯한 광한대교의 좌측 시작 부분부터 저 멀리 블록처럼 세워진 아파트와 고층건물들이 세워진 도시 한편으로 사라지고 있는 광한대교의 끝 부분까지 천천히 눈동자를 옮겨 갔다.

 

 

 

 

 

 

 

 

 

 

 

 

 

 

 

2년전 이맘 때 부산 출신 회사동기의 초대로 이곳 광한리를 찾은 적이 있었다.

세꼬시 한접시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입사 교육생 시절이야기와 공유하지 못했던 개인사를 나누다 해변앞으로 나설 때에는 웅장하고 기교 넘치는 채색으로 불을 밝힌 광한대교의 매혹적인 야경이 펼쳐 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새벽 광한대교가 한눈에 보이는 2층 Bar에서 본 해무가 밀려든 광한리가 시야로 스며든 기억이난다.

 

어둠이 내려앉은 광한리에는 화려한 무대장치를 장착한 듯 매혹적이었던 광한리의 야경과 그날 새벽의 몽환적인 해무가 있었다면, 봄을 맞이한 광한리에는 정화된 햇살과 바람 그리고 조명받지 못했던 백사장이 꾸밈없는 따뜻함을 안겨주는 듯 했다.

 

 

 

 

 

 

 

 

 

 

 

 

 

 

스타벅스 2층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아메리카노 머그잔에 담아 손에 움켜쥐었다.

마치 다락방 창을 통해 골목을 바라보듯 해변을 바라보며 웅장한 구조물들과는 관계없이 봄 바다를 소박하게 담았다.

결혼식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해운대로 이동하기 위해 시티투어 버스 승강장 앞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