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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도시 다른 세계를 가진 마닐라 여행 - 마닐라(2)




같은 도시 다른 세계를 가진 마닐라 여행 - 마닐라(2)



리잘 공원 뒤로 마닐라 시가지가 보인다.

숙소 Pearlgarden 호텔에서 본 아침 풍경


거리 위의 일상으로...


꽤 늦은시간에 잠들긴 했지만 비교적 이른시간에 눈을 뜨고 커튼을 밀어냈다. 어제까지 익숙했던 한기가 서려있는 겨울 햇살 대신 초여름의 온기가 느껴지는 햇살이 따갑게 들어왔다. 눈을 비비적 거리며 손을 가져다 눈위에 붙이며 시야를 확보했다. 높고 낮은 건물들이 빽빽하게 눈에 들어왔고 여느 대도시와 다를바 없는 도시의 소음이 어색하지않게 귀를 자극하고 있었다.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호텔 2층에 준비된 간단한 뷔폐식 조식을 마시듯 급히 먹고 호텔을 나섰다. 권총을 허리춤에 찬 말쑥한 제복차림의 호텔경비가 "Good morning Sir" 인사를 하며 호텔정문을 열어주었다.

호텔,레스토랑, 카지노, 은행, 레스토랑 등
거의 모든 시설에는 제복에 샷건, 권총 등 화기로 무장을 하고 있는 경비원 들이 24시간 경비를 서고 있다.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치안이 좋지 않음을 실감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경비들이 간단한 물음에도 손과 발을 섞어 적극적으로 답을 주려는 노력과 친절한 태도에 친밀감이 들기도 했다. 그들과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없는 여행객이라면 그들이 가진 화기들은 '창' 이라기보다는 '방패'로 간주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지인은 "필리핀 정부 혹은 마닐라 시에서 경비를 고용해야하는 것이 법으로 제정되어 있느냐?"라는 질문에 "그런 법은 없다.
치안이 좋지 않기때문
에 모든 시설에서 고용을 하고 있다.
특히 말라떼 지역은 밤에 좀 조심해야한다."했다. 서스름 없이 밤에 돌아다녔지만 워낙 사람들이 많은 지역이었으므로 특별히
위협은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여행을 마친 후 필리핀 여행객의 납치 사건을 뉴스를 접했을땐 목 뒷편이 서늘하기도 했다.




필리피노들의 길거리위의 일상을 잠시나마 담아보고 싶어 마닐라 베이 반대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호텔 우측으로 걸어나오자 '세븐일레븐'이 보였다. 마닐라여행 인터넷 사전정보조사를 하던 중 "잔돈을 넉넉히 준비하는 것이 좋다!"라는 조언이 떠올라 탄산 음료와 카라멜을 하나씩을 움켜쥐고 계산대 중년으로 보이는 여점원에게 500Php를 내밀었다. 여점원이 살짝 인상을 찌프리며 작은 단위 지폐는 없냐고 물었고 살짝 웃으며 "No"라고 하자 점원 아줌마도 별 실랑이 없이 금새 야릇한 썩소를 날리며 잔돈을 내주었다.
계획했던 인트라무스 도보여행을 시작하기로 했지만 일단 
Julio Nakpil(vermont) 스트리트를 따라 내려가며 좌우로 펼쳐진 끊임없는 주택가 또는 빌딩들과 사람들의 표정 속에 담긴 그들의 거리위의 일상을 마주하기 시작했다.


소박한 아스팔트 2차선 도로는 꽤나 규칙적으로 거미줄 같은 빌딩과 주택가 사이를 연결하고 있었다.
도로 가장자리에 보행자를 위한 보도는 있었지만
작은 노점과 동냥하는 거지들 그리고 자전거인력거 등이 보도를 점령하고 있었으므로 보행자들은 자동차와 뒤엉켜 도로위를 같은방향 또는 반대방향으로 아슬아슬하게 가로지르고 있었다. 근데 신기하게도 사람이 자동차를 피해가는 건지 자동차가 사람을 피해가는건지 판단모호할 정도로 모두가 약속이나 한것처럼 누구도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카오스 속에서 그들의 태연함에 '무질서 속의 질서'의 제대로된 예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랜시간 걸리지 않아 나또한 적응되어 소로건 대로건 따지지 않고 스스럼 
없이 무단횡단 대열에 편승했다. 





 골목길 사이에 늘어선 주택과 건물들의 창과 문에는 어김없이 외부 침입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차가운 철창이 도배되어있었고, 이리저리 '크랙'이 생긴 도로와 보도, 밤과 달리 자극적인 네온사인이 생략된 색감없는 주택과 빌딩들, 거리 위 여기저기에 때묻고 허름한 '민소매 셔츠'만 걸치고 자전거 인력거 위에서 비스듬히 누워 담소를 나누거나 낮잠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보도를 걸치고 줄지어 널부러져 앉아 있는 사람들, 연식이 오랜된 지프니와 트라이시클 들이 뿜어내는 매연 등이 얼키고 설킨 거리의 풍경들은 한때 넉넉하지 못했던 과거, 우리의 여름도시 사이를 걷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방파제 공사중인 마닐라베이

 두시간 가량 특별할 것 없는 그들의 일상을 훔쳐보듯 도로위를 어지럽게 가로지르며 거리의 풍경들을 익히고 마닐라베이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Gen. M. Malvar 와 J. Quintos Jr. 스트리트를 따라 올라 오며 다이아몬드 호텔앞에 다다르니 왕복 6차선 가량의 큰 대로가 눈에 들어왔고 대로 건너편에는 공사용 철재 팬스가 마닐라 베이를 볼 수 있는 시야를 가로막고 있있었다. 다음날 택시기사에게 물어 알 수 있었던 사실인데 아쉽게도 마닐라베이는 매년여름 반복되는 범람을 방지하기 위한 공사중 이라한다. 





정오 '리잘공원'의 여유

필리핀 독립 영웅인 '호세 리잘'을 기리기 위한 리잘 공원과 16세기 스페인 성채도시 '인트라무로스'를 돌아보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탁트인 대로와 고층빌딩들 사이를 20분즈음 걸었을까, 목 깊숙히 까지 차오른 매연 기운이 덜어내는 듯한 녹음 가득한 리잘공원이 시원스럽게 시야를 꽉 채웠다.   

공원 곳곳에 필리핀 국기와 원색적이며 의미심장해 보이는 여러 깃발들 그리고 호세리잘의 처형장소 등 모든 구성요소들이 침략과 지배를 당했던 아픈 역사를 아우르는 일련의 스토리를 말하는 듯 했다.






10만평에 이르는, 규모면에서 어디 내놓아도 남부럽지않은 마닐라 최대의 공원인 이 공원은 필리핀 독립영웅 '호세 리잘'를 기린다는 의미로 리잘공원으로 명명되었다고 한다. 두 해병이 근위병처럼 배치되어 있는 호세 리잘 기념탑을 중심으로 단정하고 깔끔하게 정돈된 야자수들, 역사적인물들의 조각상들이 인상깊었다. 

가볍게 볼 순 없었지만 무거운 History 보다는 볕좋은 정오를 가로지르는 열대지방의 여유로운 일상이 마음에 들었다. 겨울속의 여름 한낮 탁트인 바람과 목을 찌르는 매점 과즙음료로 멋진 산책을 달랠 수 있었음이 즐거움이었고 이곳을 느리게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이날의 마음에 드는 여유였다. 

공원 한켠에는 작게나마 일본식 그리고 유럽식 정원(유료 입장료 300Php)이 있었지만 그닥 흥미를 끌지는 못했다. 열렬히 호객행위를 하는 공원관리인 앞을 마치 들어갈듯 지나치며 높지않은 팬스 사이로 살짝 보이는 내부를 훌터 보며, "No" 단언의 거절의사를 밝히고 리잘공원을 나서며 우측으로 길게 뻗은 산티아고 요새를 향한 긴 성벽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Posted by D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