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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도시 다른 세계를 가진 마닐라 여행 - 마닐라(1)




같은 도시 다른 세계를 가진 마닐라 여행 - 마닐라(1)



출처 : http://navercast.naver.com



어이없는 친구녀석의 때 아닌 겨울휴가 제의에 공항의 설렘과 몇 년째 누리지 못했던 자유로운 발품 여행이 머리를 지배했다.
2주 남짓남은 출발예정일, 비행기표 구하기에 터무니없이 짧은 기간이었지만 '온라인 투어(Onlinetour.co.kr)'가 공동구매로 내놓은 필리핀 저가항공 'Zestair'의 운좋게 마지막 2좌석을 잡았다. 

 

 

호텔은 그나마 예약하기 쉬웠지만, 차고 넘친다고는 하지만 위치와 가격대비 괜찮은 숙소 딱 찍기는 생각보다는 쉽지 않았다.
우선 여행책자(제목:Just go)와 구글어스(Google earth)의 위성사진을 통해 숙소로서 위치가 괜찮은 곳을 선정하고, 전 세계 호텔 Booking 사이트 'Agoda.com'를 통해 후기와 평이 괜찮은 곳, 마닐라'말라떼' 중심가에 'Pearl garden Hotel'을 결정하고 예약했다.


 

해가 저무는 영종도를 눈에서 떼어내고 간만에 느껴보는 공항이란 장소가 주는 설렘을 만끽하며 출국 수속을 서둘러 끝냈다. 두어 가지 면세품을 꾸려들고 긴 통로를 거쳐 비행기의 뒤편 윈도우 쪽에 자리를 잡았다.
어느 정도 좌석 등받이 조정이 가능했지만 뒷좌석 승객에게 미안할 만큼 공간이 좁았고 잠깐 눈 붙이면 얼굴이 앞으로 떨어질 듯한 등받이 각도는 저가항공에 올랐다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이륙 후 유부초밥, 롤, 소이 Soup 등으로 구성된 간단한 기내식으로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무료함을 잠시 달랠 때 즈음 의외로 4시간 가량의 비행이 생각보단 일찍 끝났다.


겨울에서 여름으로 여행...

입국심사를 마치고 가방을 찾고 여기저기서 ‘따갈로’로 시끌시끌 소란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현지인들 사이로 어수선한 공항 로비를 맞이하니 이제야 마닐라에 도착했음을 실감했다. 재빨리 두텁게 한 꺼풀 감싼 겉옷을 벗어 가방 안으로 투척하고, 다소 초라한 공항 Information desk 를 찾아 마닐라 지도 한 장을 부탁했다.

  


밤늦게 도착했지만 재빨리 마닐라의 첫인상을 서투른 손으로 카메라 셔터를 눌러 담았다.
공항출구를 나서자 바로 택시 승강장 눈앞에 있었지만 인터넷을 통해 눈과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필리핀 택시의 바가지요금에 대한 염려 때문인지 잠시 망설여졌다.
이틀정도 마닐라 여행을 하고 나서야 느낀 사실이지만 현지 체류인 이라면 모를까, 여행이 목적이라면 바가지 택시비는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차라리 속편하다. 노란색 택시와 하얀색 택시가 따로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우선 노란색 택시는 공항 택시로 숙소(말라떼)까지 520Php 로 다소 비싼 가격을 불렀지만 고정가 였고 하얀색 택시는 미터기 측정 요금을 받는다는 답을 얻었다.


숙소가 있는 ‘말라떼’ 까지 위치상 그렇게 멀지 않다는 판단에 미터 택시(하얀색) 라인으로 가서 택시 승강장 안쪽 보도블록에 작은 데스크 앞 남자에게 ‘말라떼’에 위치한 숙소를 알려주었다. 그러자 ‘AIRPORT METERED TAXI SERVICE DISPATCH SLIP'이란 작은 종이를 건네주었다.
택시에 타고 받은 작은 종이를 펼쳐보니 작성일, 승객성명, 택시번호, 미터당 가격 등이 기재되어 있었고 가장 아래쪽에 일련번호가 찍혀있었다.
추측컨대 미터기를 무시한 바가지요금이 빈번히 발생하다보니 나름 대안 책으로 필리핀 정부 또는 마닐라 시 에서 작은 조치를 취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Meter please"를 꼭 외쳐야 한다는 인터넷에서 본 수많은 여행자들의 조언이 머리를 짓누르고 있었지만, 의외의 믿음직한 조치에 살짝 안도의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나 다음날부터 경험한 시내 택시들의 바가지요금으로 공항의 인상은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다.


공항을 벗어나 시내로 들어서자 필리핀의 대중교통의 상징인 ‘지프니’가 줄지어 거리를 달리고 있었다.
밤늦은 시간 어수선하고 다소 질서가 어지러운 거리위에서 피곤한 듯 무표정하게 걷거나 지프니에 올라타기 위해 기다리는 필리피노들, 거리 곳곳에 늘어선 야자수들, 색채감을 잃어버린 듯한 낡은 건물들 등 그들에겐 그저 일상적이지만 이방인에겐 좀처럼 적응되지 않는 이색적인 밤 풍경들이 숙소(말라떼)로 가는 동안 경험하지 못한 눈을 자극했다.





‘말라떼’ 지역으로 다다르자 높은 건물들과 늦은 밤이지만 성행하는 바와 KTV, 식당 등에서 내뿜는 네온사인들과 아직 시끌시끌한 관광객과 필리피노들의 대화는 대낮과 다름없는 밤을 만들고 있었다.
택시비는 팁포합 300Php 지불하고, Check-in을 서둘러마치고선 12시가 다된 시간이었지만 호텔주변을 둘러보고 싶어 서둘러 호텔을 나섰다.
주변을 거닐다 허름한 노천 꼬치요리 식당의 보도블럭 가장자리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산미구엘(25Php)’과 꼬치(6~8Pieces 150Php)를 넉넉히 주문했다.
준비해온 여행책자에 나온 ‘Cowboy grill’, ‘클럽 Insomnia’,‘클럽 Socialista’ 등이 자리잡은 식당과 2차선 도로를 경계로 자리잡고 있는 초라하지만 정신없는 분위기에 휩싸이기에 좋은 노천 식당이었다.
규모나 시설면에서 홍대와는 비교할 바는 아니었지만 거리를 울리는 쩌렁쩌렁한 음악소리와 클럽앞 사람들의 소란스런 대화들이 클럽거리 다운 엊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해내고 있었다.
짤막한 산미구엘의 시원한 매력을 느끼며 잠시 주위에 땅콩 등 견과류를 카트에 싣고 다니는 잡상인과 장미를 파는 아이들 그리고 10살미만으로 보이는 구걸하는 아이들 등 어지럽게 널린 여러 가지 환경과 사람들이 궁금증과 동정심 그리고 흥미로움을 한꺼번에 자아냈다.
두어시간정도 맥주를 기울이다 보니 정신없이 보낸 오늘 하루의 피로가 몰려왔다. 다음날 말라떼 주요지역을 도보여행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새벽 2시가 다되어 숙소로 돌아왔다. 
에어컨 스위치를 올리고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선 정신없었던 하루와 여기가 어디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사이 침묵이 찾아왔다.